연말마다 화제를 모으는 18만원짜리 호텔 케이크의 ‘속살’이 공개되며 소비자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구독자 58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 제로비가 실험을 통해 재료 원가를 산출한 결과, 약 3만원대라는 분석을 내놨다.
제로비는 지난 12월 30일 자신의 채널에서 제과제빵 명인 파티셰와 함께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의 시그니처 제품인 ‘화이트 홀리데이’ 케이크를 유사하게 재현하고, 사용된 재료비를 항목별로 계산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분석 결과 최종 재료 원가는 3만888원으로 집계됐다. 판매가 18만원을 기준으로 한 원가율은 약 17.1%다.
‘화이트 홀리데이’는 화이트 시트와 초콜릿 시트 사이에 생크림과 딸기를 채운 트리 모양 케이크다. 실험에서 화이트 시트 반죽에는 계란, 설탕, 꿀, 프랑스산 밀가루 T55, 버터, 우유, 바닐라빈 등이 사용돼 4983원이 들었고, 초콜릿 시트는 5360원으로 계산됐다. 가나슈 받침에는 동물성 생크림과 다크·밀크 초콜릿, 버터, 헤이즐넛, 코팅용 초콜릿 등이 투입돼 1만489원이 소요됐다. 시트 사이 딸기 8알은 5596원, 시럽은 111원이었다. 겉면 생크림 6754원과 소량의 장식 비용까지 더해 최종 원가가 산출됐다.
제로비는 “연말이면 늘 화제가 되는 트리 케이크의 재료 원가를 직접 따져보고 싶었다”며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쉽게 지갑을 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공개 직후 빠르게 확산되며 댓글 논쟁으로 이어졌다.
누리꾼 반응은 갈렸다. 한쪽에서는 “이 정도로 동일하게 재현한 사례는 처음 본다”, “원가를 알고 나니 구매가 망설여진다”, “명품 프리미엄이 가격을 밀어 올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재료비보다 인건비·기술료가 더 크다”, “디자인·레시피 개발·품질 관리·포장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직접 제작 과정을 보니 고가의 이유가 납득된다”는 옹호 의견도 적지 않았다.
쟁점은 ‘원가’의 정의다. 재료비는 가격의 일부일 뿐이며, 호텔 디저트에는 숙련 인력의 인건비, 품질 관리, 브랜드 신뢰, 공간 운영비, 재고 리스크가 포함된다.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형성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고가 책정의 근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가 프리미엄의 지속성을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제로비는 그간 붕어빵, 평양냉면,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의 원가를 분석해 왔다. 이번 사례는 ‘비싸서 산다’는 명품 소비의 논리와 ‘알고 사자’는 합리 소비의 충돌을 보여준다. 프리미엄의 값어치를 증명할 책임은 브랜드에, 선택의 기준을 세울 권리는 소비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