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9월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 및 만찬을 갖고 한중관계와 한반도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진=외교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의 1월 4~7일 국빈 방중을 앞두고 중국이 한중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준수를 요구하며 한국의 대만 관련 입장을 재확인하라고 압박했다.
1일 한중 외교당국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2025년 12월 31일)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는 대통령 방중을 앞둔 사전 조율 성격으로, 중국 외교부는 한국 측 요청으로 성사됐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발표에서 왕 부장은 “양국 정상의 전략적 인도 아래 한중 관계가 저점을 벗어나 정상 궤도로 복귀했고 안정적으로 호전·발전 추세”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을 중시하고 환영한다”며 이번 방문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새로운 진전”을 추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대목은 대만 문제의 직접 거론이다. 왕 부장은 “올해는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을 언급하며 일본 정치권 일부를 겨냥한 메시지를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에 “역사와 국민에 책임지는 태도”를 주문하고, “대만 문제를 포함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중국 측 설명이다. 최근 일본 내 ‘대만 유사시’ 관련 발언으로 중일 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 중국이 한국에도 입장 표명을 요구하며 외교적 레버리지를 넓히려는 신호로 읽힌다.
중국 측은 조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이 대중 협력을 매우 중시하며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에 확고히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조 장관이 “방중이 순조롭고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한국의 ‘하나의 중국’ 존중 입장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발표했다.
한국 외교부도 1일 “양 장관이 올해 한중 관계의 발전 추세를 평가하고, 양국 모두의 새해 첫 국빈 정상외교 일정인 이번 방문의 성공을 위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특히 ‘전면적 복원 흐름’을 공고히 하면서 국민이 체감할 실질 성과를 만들기 위해 준비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했다.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역내 안정과 번영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통화는 ‘관계 개선’과 ‘민감 현안’이 동시에 올라오는 외교의 현실을 보여준다. 경제·인적 교류 확대와 별개로 대만 문제 같은 핵심 이익 사안을 둘러싼 중국의 요구는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빈 방문을 앞둔 시점의 메시지는 협력 의제와 민감 의제를 한꺼번에 묶는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으로서는 원칙적 문구를 유지하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관리가 관건이다. 대외적으로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설명하고, 국내적으로는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민감 현안을 다루는지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역내 긴장이 고조될수록 한중 간 ‘문장 하나’의 파장이 커진다. 실무 협의 단계에서 사안별 분리 대응 원칙을 분명히 하고, 한반도 안정·경제 협력·국민 안전처럼 공동이익 의제에서 성과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