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에서 폐기물 처리시설의 불법 운영 실태가 드러나면서 지방정부와 시공사 모두에게 강도 높은 책임 추궁이 이어지고 있다.
해남군이 발주하고 성안 이엔티가 시공한 순환이용 정비사업 폐기물 선별장이 관련 법령을 무시한 채 수개월간 불법으로 운영돼 온 사실이 확인됐다. 특히 복토에 금지된 폐기 잔재물이 혼입된 정황 및, 성적서 제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면서 해당 업체에 대한 형사처벌과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가 된 선별장은 해남읍 소재의 산업 폐기물 처리시설로, 지역 폐기물 자원 순환 정책의 핵심 시설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성안 이엔티는 지난해 12월 이후 의무적으로 월 1회 제출해야 하는 복토 분석 성적서를 단 한 차례도 제출하지 않았고, 폐기물 분류 작업도 사실상 방치됐다. 이는 폐기물관리법 제13조에 명시된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장 조사 결과, 복토용 선별토사에 폐기 잔재물이 혼합된 채 불법으로 적재된 사실도 드러났다. 시방서에는 복토 기준으로 유기물 함량 1% 이하, 최대 입경 100mm 이하, 회수율 95% 이상이라는 구체적 조건이 명시돼 있으며,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안 이엔티 측은 “3~4개월마다 성적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군청에는 해당 자료가 단 한 건도 제출된 바 없어 허위 진술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남군의 관리·감독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 민원이 제기된 이후에도 해남군은 시공사에 대한 현장 점검이나 제재 없이 사실상 사태를 방관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법조계는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 착오로 보기 어렵고, 중대한 법령 위반으로 형사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의 파장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폐기물 선별이 부실하게 이뤄질 경우, 재활용 자원이 매립되거나 불법 배출돼 환경에 직접적 위협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 환경공학 전문가는 “누가림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이어져 인근 주민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자체는 행정적 지도 수준을 넘는 강력한 법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해남군이 즉시 시공사에 시정 조치를 요구하고, 복토 재선별을 명령하는 공문을 발송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공문에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시 강력한 법적 제재가 따를 수 있음을 명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 해지 및 형사 고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적 관리 실패가 아닌, 지자체의 책임 회피와 업체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행정의 공백이 기업의 불법을 방조하고,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해남군은 더 이상 관리 책임을 외면하지 말고 실질적인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하며, 성안이엔티는 법적 책임과 더불어 환경 회복에 대한 재정적 의무도 져야 한다.
법과 원칙이 무력해진 자리에 남은 것은 주민의 불안뿐이다. 이 사태는 행정과 사법이 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