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가 전통시장 점포의 장기점유와 편법 재계약을 방관하면서 신규 상인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시가 법령상 제한을 무시하고 사실상 ‘특권 장사’를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과 순천시 조례에 따르면, 전통시장 점포의 사용·수익 권한은 최대 10년, 이후 갱신은 5년 단위로 한정된다. 점포의 재임대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순천시의 대표 전통시장인 웃장과 아랫장에서는 이를 초과한 장기 사용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배우자, 자녀 명의로 계약을 갱신하는 편법 재계약도 빈번해 공정성과 법적 정당성이 의심받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계약 만료 시 모집공고와 추첨을 통해 사용자를 새로 선정한다”고 밝혔지만, 실상은 가족 명의를 빌려 기존 상인이 점포를 계속 운영하는 구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점포 권리를 세습하듯 물려주는 구조에서 새로운 상인이 발붙일 틈이 없다”며 “시장이 고여버렸다”고 꼬집었다.
또한 순천 전통시장 점포는 국·공유재산으로 분류돼 정부의 사용료 감면, 주차요금 감면, 시장 정비 사업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순천시는 웃장과 아랫장의 368개 점포에 대해 등급별로 사용료를 부과하고 있으며, 3.3㎡당 최소 2,780원에서 최대 5,450원까지 차등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낮은 사용료가 시장 경쟁력을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랫장의 한 상인은 “사용료가 저렴하니 장사가 안 돼도 점포를 그대로 두거나 창고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며 “신규 상인이 못 들어오니 변화가 없고 시장이 죽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일부 점포는 영업이 이뤄지지 않음에도 계약만 유지되면서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단체는 순천시가 명확한 행정 조치를 통해 시장의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지금처럼 사용권이 사실상 고정돼버리면, 전통시장은 활성화가 아닌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순천시가 공정하고 투명한 기준을 마련하고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계약 운영 방식에 일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부터 사용료를 최대 4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도적 보완 없이 단순한 사용료 인상만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전통시장의 변화는 단순한 시설 정비나 외형 개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보다 공정한 유통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행정이 제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