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의 고등학교들이 새 학기 첫 주를 맞아 전학년을 상대로 강제 야간자율학습(야자)을 시행하겠다고 학부모들에게 통보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교육 현장은 뜨거운 논란으로 들끓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남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고 “교육을 퇴행시키는 시대착오적 폭거”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30년 넘게 교육 현장을 지켜본 기자의 눈에, 이 사태는 단순한 방침을 넘어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를 짓밟고 학교를 입시경쟁의 전쟁터로 되돌리려는 구시대적 발상이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성명에서 “순천교장단협의회라는 법적 근거 없는 임의 기구가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통보만 했다”며 절차적 불법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전남엔 이미 학생자치와 학부모자치를 보장하는 학교자치조례가 제정돼 민주적 학교 운영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번 조치는 그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학생과 학부모를 교육의 주체가 아닌 지시받는 객체로 보는 구태의연한 문화가 여전하다”는 지부의 지적은 뼈아프다. 순천의 한 학부모는 “새 학기 시작부터 경쟁을 강요하는 메시지에 분노를 느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의 심각성은 ‘한시적’이라는 변명으로도 덮이지 않는다. 전교조는 “입시경쟁을 일상화하고 학교를 입시공장으로 되돌리려는 퇴행적 발상”이라며 “이는 전남교육이 추구하는 미래교육 대전환과 충돌한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전남교육청은 학생의 자율성과 배움의 즐거움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왔지만, 이번 방침은 그 흐름을 거스르는 모양새다.
신왕식 전교조 전남지부장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인데, 지금 우리 교육은 억지와 강제로 뒤틀리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논란은 순천을 넘어 전남 전역으로 번질 조짐이다. 전교조는 “순천에서 시작된 이 조치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며 전남교육청의 방관을 강하게 비판했다. “관리·감독 책임 기관으로서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결정 과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는 날카롭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교장단협의회 단독으로 밀어붙인 이번 방침은, 법적 근거는커녕 민주적 정당성마저 결여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교육 전문가는 “야간자율학습 강제는 과거 입시 위주 교육의 잔재일 뿐”이라며 “학생의 자율성을 키우는 시대적 요구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순천 고교들의 강제 야간자율학습 방침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전남교육청에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교육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길은 경쟁이 아닌 배움의 즐거움과 호기심이 피어나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라는 그들의 외침은 간명하다. 새 학기를 앞둔 순천의 고등학교들은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사태가 단순히 지역 이슈로 끝날지, 아니면 전남 교육 전반에 변화를 촉발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독자들은 이 뜨거운 논쟁의 전말을 놓치지 말고, 학생과 학부모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될지 지켜봐야 한다. 순천의 결정은 곧 교육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