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교통사고로 골반이 부러진 70대 환자가 지역 내 치료 병원을 찾지 못해 5시간 만에 230㎞ 떨어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으로 헬기 이송됐다. 이번 사례는 응급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광주소방본부에 따르면 13일 오후 5시 44분쯤 광주 북구 동림동 한 아파트 앞 도로에서 택시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충격으로 차량들이 인근 버스정류장을 들이받으면서 정류장에 서 있던 76세 A씨 등 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A씨는 양쪽 골반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어 119구급대에 의해 광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해당 병원에서는 골반 골절 수술이 불가능했다.
병원 측은 광주 전남대병원 중증외상센터를 비롯한 지역 상급 의료기관에 수술 가능 여부를 문의했지만, 모든 의료기관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병원 측은 다른 지역 의료기관까지 수소문했고, 230㎞ 떨어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환자를 받아줄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인 오후 10시 22분께 소방헬기를 이용해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A씨를 받지 못한 지역 병원들은 수술실 부족과 긴급도 평가에 따른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전남대병원 관계자는 "당시 수술실이 모두 사용 중이었고, 보다 긴급한 환자 치료가 우선이었다"며 "병원으로부터 전달받은 A씨의 상태는 즉각적인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돼 수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응급 환자가 가장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것이 중요하며, 지역 내 병원 사정에 따라 타 지역 이송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는 중증외상환자에 대한 치료 공백과 지역 간 의료 격차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켰다.
광주·전남 지역은 대학병원급 중증외상센터를 갖춘 의료기관이 있지만, 응급 상황에서 병실 부족과 의료진 수급 문제로 환자를 즉각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골반 골절과 같은 중증 외상은 고난도 수술이 필요하고 다학제 협진이 필수적이지만, 지역 병원들이 인력과 시설 부족을 이유로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지역 내에서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상급병원 간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중증외상환자 이송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전남 지역에서 중증외상환자가 발생할 경우 타 지역 원정 치료가 불가피한 현실은 응급 의료체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보여준다.
정부와 지자체는 중증외상센터의 병상 확충, 의료진 수급, 수술 가능 인프라 강화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 교통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며, A씨는 현재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