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부 장관이 6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하면서 한중 간 경제협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지 주목된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중국 왕원타오 상무부 부장과 회담을 갖고 희토류 등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산업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김 장관의 방중은 지난 11월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당시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동에서 나온 경제협력 공감대를 실질적 성과로 이어가기 위한 후속 조치다. 업계는 이를 내년 이 대통령의 방중 가능성을 고려한 경제적 신뢰 회복 차원의 ‘선제적 수순’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중 양국은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공급망 안정화 ▲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진전 ▲혁신 창업 및 실버경제 협력 ▲2030 공동 경제협력계획 수립 등 총 6건의 양해각서(MOU)와 1건의 계약서를 체결했다.
6년 만에 中 찾은 산업장관…핵심광물·첨단산업 협력 물꼬 트나
▲김정관 산업통상장원부 장관이 28일 부산 해운대구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왕훙즈 중국 '에너지국 국장(장관급)'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김 장관은 APEC에서 논의된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왕 부장과의 후속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희토류 공급망의 안정 확보는 우리 첨단산업 생태계 전반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산업부는 수급 다변화와 국내 생산 내재화를 병행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 방중은 한국 기업의 수입 안정성을 뒷받침할 외교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주목되는 또 다른 의제는 ‘한중 FTA 2단계’로 불리는 서비스·투자 분야 협상이다. 기존 FTA가 상품 교역 중심이었다면, 이번 협상은 콘텐츠, 헬스케어, 금융, 관광 등 서비스 산업 전반으로 개방 범위를 확대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 K-콘텐츠 수출 확대, 헬스케어 기업 중국 진출, 금융·보험업 접근성 제고 등 경제적 이득이 기대된다.
첨단산업 분야 협력도 속도를 낼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대 태양광·배터리 생산국인 중국과의 협력은 ESS(에너지 저장장치), 풍력, 전기차 공급망 분야에서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는 공동 임상시험과 신약 개발, 빅데이터 분석 등 민감도가 낮은 영역에서 협력이 유력하다.
환경·탄소중립 관련 기술 협력도 확대될 전망이다. 탄소 포집·저장(CCUS), 대기질 개선, 수자원 관리 등은 글로벌 표준화를 위한 협력 필요성이 높아 양국의 공동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6년 만에 中 찾은 산업장관…핵심광물·첨단산업 협력 물꼬 트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1일 경북 경주시 소노캄호텔에서 왕 원타오 중국 상무부 부장과 면담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산업부 관계자는 “공급망 안정화와 무역구제 등은 핵심 논의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지만, 아직 세부 의제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김 장관은 왕 부장과의 대화에서 삼국지 속 제갈량의 ‘협력이 있어야 평안이 온다’는 구절을 인용해 양국 간 신뢰 기반의 미래지향적 경제협력을 제안했다. 양측은 무역구제 조치 전 사전 협의 채널을 활용하고, 한중 산업협력단지를 통한 투자 확대 및 RCEP 기반의 다자 협력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