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관세에 중동 정세불안"…韓, 겹악재에 올해 수출 흔들릴까
지난해 첫 7000억 달러를 달성했던 우리나라 수출이 연초부터 암초를 만났다.
미국은 자국에 수입된 뒤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향후 더 광범위한 적용을 시사했으며 국제 정세 불안도 가중돼 우리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다수의 국내 경제 연구 기관들은 올해 우리 수출 흐름이 '상고하저'를 보일 수 있다고 예상을 했는데 국제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예상치 못한 반도체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상반기 수출이 흔들릴 가능성도 적지않다.
정부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서는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 기여를 강조하는 등 대미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통상전문가들은 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봤다.
미국이 반도체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높은 수요로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만큼 큰 영향을 주기 힘들고 자동차 수출이 반등하면서 전체 수출을 이끌 수 있다는 전망이다.
◆美, 반도체 더 광범위한 관세부과…韓 반도체 피해 우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H200'을 비롯해 미국에 수입된 뒤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향후 더 광범위한 적용을 시사했다.
엔비디아 칩에 대한 관세 부과는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엔비디아에 납품되는 구조라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미국이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가까운 시일 내에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우리나라엔 악재가 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은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 반도체 관세에 대해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적용하겠다고 합의를 했는데 대만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해당 약속은 무용지물되면서 우리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불안요소…유가상승시 韓산업 타격중동 정세 불안은 우리나라 수출을 뒤흔들 수 있는 불안 요소로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원유의 70%, 액화천연가스(LNG) 30% 이상을 중동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안보가 매우 취약한 구조를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 글로벌 석유시장이 공급과잉 상황인데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를 발표한 뒤, 2020년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아 이란 정세 불안에 따른 수급 영향이 적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란 반정부 시위 사태에 대해 미국이 개입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만큼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이 확대될 수 있고 이로인해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도 있다.
중동 지역에서의 분쟁 확대는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을 자극해 우리나라의 연료비 수입액을 높이고 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전반적인 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부, 美관세 부과 진상파악 및 업계와 대응 방안 모색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 기술 공급망 구축과 제조 역량 강화에 기여하지 않는 일부 첨단 반도체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한 것에 대해 진상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포고문이 발표된 직후 미국을 방문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미루고 진상을 더욱 파악하기로 했으며 필요하면 미국측 인사들을 추가로 만나 해결책을 모색하기로 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선 반도체 관세 부과가 확대될 경우 우리 수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긴밀한 소통과 대미 아웃리치 등을 건의했다.
국제 정세 불안정성 확대와 관련해선 정유업계 및 유관기관과 함께 위기대응체계를 사전 점검, 석유제품 가격 안정 협조 등을 당부하며 향후 국제유가 동향 등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통상전문가 "반도체·자동차로 수출 이상無…중동도 영향↓"통상전문가들은 고부가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는 만큼 미국의 반도체 관세 부과가 올해 우리나라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정세불안도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은 적다고 예상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 수출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기 때문에 1년 정도는 유지될 것 같고 철강, 석유화학 등 전통업종의 수출이 부진해서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한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 중동 정세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기 전까지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말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호재와 악재가 섞여 있는 상호아인데 반도체 호황이 유지될 수 있고 환율도 우리 수출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철강, 석화 산업의 부진이 있어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자동차 수출로 인해 전체 수출은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전체 수출 규모는 나쁘지 않은 수치를 보일 수 있지만 업종간 편차가 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