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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기억될 '국민배우' 영면…"안성기, 작품 속 살아 있을 것"

연예 뉴스메이드 기자 | 등록 2026.01.09 13:46
영원히 기억될 '국민배우' 영면…"안성기, 작품 속 살아 있을 것"
영원히 기억될 '국민배우' 영면…"안성기, 작품 속 살아 있을 것"

'국민배우' 고(故) 안성기가 가족과 영화계 동료들의 배웅 속에 영면에 들었다.

9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안성기의 영결식이 슬픔 속에 엄수됐다.

이날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출관 절차를 진행된 이후 오전 8시 명동성당에서 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 집전으로 고인의 안식을 기원하는 추모 미사가 열렸다.

후배 배우들이 나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가 각각 영정과 금관문화훈장을 들었다.

설경구·박철민·유지태·박해일·조우진·주지훈이 운구를 맡았다.

정우성과 이정재는 수척한 모습 속에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운구를 맡은 설경구·박철민·유지태·박해일·조우진·주지훈도 굳은 표정을 지으며 뒤를 따랐다.

배우 박상원·정준호·현빈·변요한·김종수·오지호·한예리·김나운, 유인촌 전 장관, 임권택·이준익·김한민 감독 등 영화계 동료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에 함께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참석했다.

장례 미사를 마치고 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에서 영결식이 이어졌다.

영결식은 고인이 생전 이사장으로 있던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의 김두호 이사의 약력 보고로 시작됐다.

아역배우 시절 출연한 '하녀' '황혼열차'를 비롯해 '바람 불기 좋은 날' '만다라' '실미도' 고인의 대표작들이 담긴 추모 영상이 나오자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흘러 나왔다.

정우성은 추도사를 통해 안성기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정우성은 "언제인지 기억을 되살리기도 어려운 시점 선배님께 처음 인사를 드렸다. 첫 마디는 '우성아', 마치 오랜 시간 알던 후배를 대하시듯 친근한 미소로 제 이름을 불러주셨다"고 운을 뗐다.

그는 "그 후로 2000년도에 선배님과 촬영을 위해 5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선배님은 참 쉽지않은 환경에도 누군가의 이름을 항상 따뜻하게 부르셨다. 과하지도 모자르지도 않는 깊이와 철학이 담겨 있었다"며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심, 겸손, 절제 그렇게 선배님께서는 배려가 당연했고 자신에 대한 높임을 경계하고 부담스러워 하셨다"고 했다.

정우성은 "선배님은 한국영화를 온마음으로 품고 한국 영화 정신을 살리고, 이어주려고 무던히 애쓰셨다. 배우 안성기를 넘어 영화인 안성기로 스스로에게 책임과 임무를 부여했다. 당신 스스로에게 참으로 엄격했던 분"이라고 했다.

그는 "그 엄격함은 곁에서 보기만 해도 무거웠다. 한없이 고독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늘 의연하셨다. 선배님은 제게 철인이셨다. 지치지않는 가치관을, 온화한 미소로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셨다"고 했다.

정우성은 "모든 사람을 진실로 대하던 선배님, 배우의 품위, 인간의 품격을 지켜주신 선배님, 부디 평안히 가시길 바란다"고 고인을 기렸다.

고인과 13편의 작품을 함께 한 배창호 감독도 추도사를 낭독하며 애도했다.

배창호 감독은 "1980년 광화문 다방에서 안 형을 우연히 만났다. 어린시절 스크린의 모습을 봤기에 잘 알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 만난 모습이 인상깊었다. 안 형이 충무로에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새로운 흐름을 불러넣을 연기자가 나타났음을 직감했다"라고 떠올렸다.

배 감독은 안성기가 생전 38년 동안 맡은 커피 광고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다.

안성기는 1983년부터 2021년까지 동서식품 커피 브랜드 맥심 모델로 활동했는데, 국내 광고 단일 브랜드 최장수 모델이다.

그는 "그러던 어느날 밤 우리집에 불쑥 찾아와 유명 커피 광고를 찍게 됐다며 영화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한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라며 "그 광고를 수락하면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져 출연작 선택에 신중할 수 있을 거란 내 조언을 받아들여 오랫동안 그 광고 하나에만 출연해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를 보여줬다"고 했다.

배 감독은 "오로지 영화에 전념한 안 형은 90년대 국민배우 호칭을 받았다.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성실한 연기자의 표본이 됐다"고 했다.

배 감독은 "그동안의 세월은 어디로 갔나. 영정 사진은 '기쁜 우리 젊은 날' 촬영장의 모습이다. 그땐 우리 모두에게 찬란하고 기뻤던 젊은 날이다. 그러나 인생이란 저물 때도 있기에 지금 이순간을 맞이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엄숙한 심정으로 보내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아울러 "영화를 사랑한 안 형, 남에게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던 신중했던, 투병을 말없이 감내했던 안 형, 그동안 즐거웠고 든든했고 고마웠다. 안 형의 지난 세월은 그냥 흘러간 것이 아니다.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있다. 이제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이라며 추모했다.

유족을 대표해 안성기의 장남 안다빈이 참석한 영화계 동료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안다빈은 "아침 바쁘신 시간에 참석해 주시고, 배웅해 주신 분들께 가족을 대표해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버님은 다른 사람에게 누를 끼치는 것을 가장 경계하셨다. 아버님은 천국에서도 영화만을 생각하고 역할을 준비하며 자랑스러운 직업정신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다빈은 "사전에 상의가 된 부분은 아니지만 꼭 다른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아버지 서재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워낙 신성한 곳으로 생각했던 곳이다. 이번에 서재에 들어가니 아버지가 버리지 않았던 물건들이 보관돼 있었다. 그 중에 제가 5살 때 유치원 과제로 그렸던 그림에 편지를 써주신 것이 있었다. 제게 쓰신 편지이지만 모두에게 남긴 메시지 같았다"라고 했다.

안다빈은 안성기가 쓴 편지의 내용을 낭독했다.

그는 "다빈아.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난 날 아빠를 꼭 빼어 닮은, 아빠 주먹보다 작은 너의 얼굴을 처음 본 순간 아빠의 얼굴은 눈물이 글썽거렸다. 벌써 의젓해진 너를 보면 아빠는 이 세상은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빈이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아빠는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고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자기 일에는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지킬 줄 알고 실패와 슬픔을 마음의 평화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끝없이 도전해 보아라. 그러면 나아갈 길이 보인다.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라고 했다.

안성기가 생전 아들에게 전해준 진심 어린 편지 내용이 영결식장에 전해지자 많은 참석자들이 눈물을 쏟았다.

안다빈도 편지를 낭독하며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안성기는 지난 5일 오전 9시 향년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음식물이 목에 걸린 채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입원 엿새 만에 숨을 거뒀다.

그는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이듬해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6개월 만에 재발해 투병을 이어왔다.

안성기는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해 영화 '고래사냥'(1984) '투캅스'(1993) '라디오스타'(2006) 등 다수 작품에서 활약하며 '국민배우'로 사랑받았다.

정부는 안성기에게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훈장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유족과 영화계 동료들은 영결식을 마친 뒤엔 화장을 위해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이후 고인은 장지인 경기 양평 별그리다에 안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