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중앙윤리위원회의 자신에 대한 제명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당원게시판 논란'에 연루된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을 결정하면서 당내 후폭풍이 상당하다.
장동혁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14일 윤리위의 결정을 뒤집지 않고 조만간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징계안을 의결하겠다는 분위기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를 "또 다른 계엄 선포"로 규정하면서 맞불을 놓았고 친한(친한동훈)계를 비롯한 일부 의원들은 제명까지 할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지도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대전시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에 대해 "윤리위 결정을 곧바로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우선은 따로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번에 걸림돌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이 문제를 어떻게 누가 먼저 풀고 가야 이것이 정치적으로 해결될지에 대한 제 입장을 말했다고 생각한다. 그로부터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부연했다.
장 대표는 빠르게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재심을 신청할 수 있는 게 10일 정도 기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재심 청구 전이라도 최고위에서는 의결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 기간 동안에는 일단 최고위 결정을 보류하는 게 맞는지 당헌·당규나 이전 사례를 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을 막고 당을 지킨 저를 허위조작으로 제명했다"며 "계엄을 극복하고 통합해야 할 때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리위의 결정은 이미 결론은 정해 놓고 끼워 맞춘 요식행위 같은 것"이라며 "이미 답은 정해 놓은 상태 아니겠나. 윤리위에 재심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재심 신청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또한 "이 문제는 장 대표가 계엄을 막은 저를 찍어내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도 했다.
당원 자격을 박탈하는 중징계인 '제명'은 최고위원회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 재심 청구 기간인 10일 이후 오는 26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전 대표가 재심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르면 내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지도부가 윤리위의 결정을 뒤집지 않고, 한 전 대표의 제명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실제 지도부 내에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는 것은 친한계인 우재준 청년최고위원뿐이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서 "외부에서 모셔온 분들이 내린 결론이니 일단은 존중하고, 어떤 과정과 내용들이 있었는지 개인적으로 들여다볼 생각"이라며 "당내 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안 가게 지도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채널A 유튜브 방송 정치시그널에서 "이 지경까지 오게 된 데는 한 전 대표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시대가 당에서 정리되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반면 우 청년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실 당무감사위원회에서 조작된 부분을 제외하고 보면 객관적으로 징계할 만한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한동훈 대표를 제명한 이유는 결국 탄핵 찬성에 대한 보복"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향하며 배현진 의원과 악수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 제명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자 이날 아침 서울 모처에서 긴급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친한계 인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는 법률적인 대응과 정치적인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법률적인 것은 징계안이 최고위원회의를 통과한 이후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이 있고, 정치적 대응은 당내에도 이견이 있지 않나 의원총회에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서울시당위원회 신년인사회에서 "어제 다시 우리는 최대치의 뺄셈의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며 "당 지도부 두 분이 와 계신데, 바로잡아 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또한 "이 단어를 쓰고 싶지는 않지만 많은 분들이 정적을 제거하는 사안이라고 말하는데, 지선을 앞둔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당내 초·재선을 중심으로 꾸려진 의원 모임인 '대안과미래'도 윤리위의 한 전 대표 제명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 소집과 장 대표와의 면담도 공식 요청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전직 당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을 심야에 기습적으로 하고,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방식은 비겁하고 저열한 행위로 국민 상식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인 당 분열 앞에 어떻게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당내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징계 수위가 당황하는 기류가 읽힌다. 갈등 국면을 이어갈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권영세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결론부터 얘기하면 과한 결정"이라며 "(당원게시판 조작) 행위에 대해 바로 가장 강한 징계인 '제명 처분'을 내리는 것은 한 전 대표의 비행에 상응하는 수준을 넘는, 즉 '그의 것'을 넘는 결정"이라고 적었다.
성일종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정치적 문제를 법으로 풀겠다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는 일"이라며 "지금은 한 전 대표와 장 대표 모두 냉정한 판단으로 당과 국민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당 윤리위원회가 본인을 제명 결정한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기 위해 국회 소통관으로 향하고 있다.